LG그룹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LG그룹을 글로벌 초우량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광모(40) LG그룹 회장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혁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은 9일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글로벌 혁신기업 3M의 신학철(61)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구 회장 취임 후 처음 단행된 임원 인사다.
신 신임 부회장은 1984년 3M 한국지사에 입사해 필리핀 지사장과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수석부회장에 올랐다. 3M은 세계적인 혁신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산업 의료 디스플레이 전자 안전 운송 등 다양한 사업군에서 매년 수백개가 넘는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구 회장이 글로벌 혁신 기업에서 인정받은 인물을 계열사 대표이사로 영입한 것은 세계 시장에서 LG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불어 이달 말로 예상되는 그룹 정기인사에서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구 회장이 젊은 나이에 그룹 총수에 올랐기 때문에 사업 경험이 풍부한 그룹 부회장단을 유임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미루어 연말 정기인사에선 큰 변화를 통해 구 회장 체제를 본격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LG화학의 사업영역은 전통적인 석유화학에서 신소재,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등 첨단 소재·부품과 바이오 분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의 글로벌화와 전지 사업의 해외생산과 마케팅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어 고도화된 글로벌 사업 운영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인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계열사 부회장 중 최고령인 만 66세로 가장 먼저 세대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박 부회장은 1977년 당시 럭키로 입사해 LG화학은 물론 대한민국 화학·소재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화학의 수장을 맡으면서 박 부회장은 회사를 글로벌 톱10 화학기업으로 키웠다. 박 부회장은 “40년 이상을 근무하며 LG화학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일조하고 명예롭게 은퇴한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며 “후배들이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계속 이어가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시켜온 LG화학을 앞으로도 영속하는 기업으로 발전시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